Looking Back on the Journey of 'Flower in Us'

어찌됐든, 2년 반 동안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상도 받아보고, 무시도 당해보고, 혼자가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개운함보다는 허탈함이 더 큽니다.
게임은 잘 나왔고, 좋은 평가도 받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 생긴 구멍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게임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땐, 밤이 되면 학교 근처 산에 올라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오직 별빛과 벌레 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 저는 비로소 온전히 저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의식과 무의식이 분리된 채, 스스로와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지새운 수많은 밤 덕분에, 이번 게임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게임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가학적인 부모님, 폭력의 되물림.
마지막 진 엔딩은 어쩌면 제가 바라던 구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초 있었던 탄핵 시위가 떠오릅니다.
시위를 하던 중,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이렇게 한데 뭉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장에서 게임잼을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 10명이 넘는 분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깃발은 준비했지만 깃대가 없어 당황하던 찰나, 처음 뵌 옆자리 분이 조용히 깃대를 건네주셨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사랑을 느꼈던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5년 전의 일도 떠오릅니다.
그땐 지금과는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갔다가 원치 않게 윈드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지휘자가 되었습니다.
임원 임명식 날, 모두가 꽃다발을 받고 기뻐할 때, 저 혼자만은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뒷풀이를 일찍 빠져나와 지하철역 쓰레기통에 꽃다발을 버리던 그 순간부터,
'사람 속에 피는 꽃'은 어쩌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미움과 혐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피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 피는 꽃은, 혐오의 상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꽃은 자연 속에 있을 때 진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이번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어리고, 창작자란 결국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어린아이의 유치한 칭얼거림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봐주시길.
다음엔 성장에 관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쫓겨나 자기만의 왕국에 갇힌 사람,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나 세상에 던져진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세상에 침범하려는 사람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이 게임 또한 제 자신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고 변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예쁘게 봐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사실, 다음 게임을 정말 만들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만들기엔 현실이 너무 냉혹하고, 삶은 팍팍하니까요.
아무튼, 게임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밑은 팀원들의 제작 후기입니다.
carnet (아트 담당)
많이많이해주세요
팬아트주세요
제가구경합니다
k’əmgo (사운드 담당)
아고힘들어
원문: https://blog.naver.com/rlatjsrb43/223950362139